
이꽃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누가 피해자인가, 누가 가해자인가’라는 단순한 구도로 정리하지 않고, 관계와 시선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지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청소년소설이다. 제목이 강렬하지만, 작품의 중심은 자극이 아니라 감정의 누적과 오해의 구조, 그리고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만든 균열에 있다. 청소년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어느 순간 폭력과 닮아 가는 과정을 보게 되고, 동시에 그 감정이 만들어진 환경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 글은 『죽이고 싶은 아이』의 줄거리를 충분히 정리하고, 작품이 던지는 시사점과 비평을 함께 다룬다. 수행평가 독후감에서는 인물의 시점과 사건의 단서를 어떻게 정리할지, 독서토론에서는 ‘관계에서의 권력’, ‘소문과 여론’, ‘피해와 가해의 경계’ 같은 주제를 어떻게 질문으로 확장할지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다. 단순히 충격적인 이야기로 소비하기보다, 청소년 현실과 연결해 읽을 수 있는 독서 가이드를 목표로 한다.
책 기본 정보
책 제목: 죽이고 싶은 아이
저자: 이꽃님
분야: 청소년 미스터리·현실소설(학교·관계)
추천 대상: 중학생, 고등학생
이런 청소년에게 추천합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학교에서의 관계가 왜 이렇게 복잡해지는지, ‘진짜 사실’보다 ‘사람들이 믿는 이야기’가 더 크게 작동하는 순간을 경험해 본 학생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친구 사이에서 오해가 쌓여 감정이 뒤틀린 적이 있거나, 소문 때문에 누군가가 한순간에 낙인찍히는 장면을 본 학생이라면 작품의 긴장감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나는 피해자인데 왜 내가 의심받지?” 혹은 “저 사람은 분명 나쁘다고 느끼는데 증거가 없어서 답답하다” 같은 양가감정을 겪는 청소년에게 이 책은 감정과 사실을 분리해 바라보는 훈련이 된다. 수행평가에서는 사건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는 것보다, 인물들이 가진 선입견과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왜 그 말을 했는가, 왜 그렇게 믿었는가’를 분석하면 좋은 글이 나온다. 독서토론에서는 가해·피해 구분의 한계, 주변인의 침묵, SNS와 소문이 만드는 여론, 학교의 대응 방식 같은 주제로 확장하기 적합하다. 미스터리적 전개를 좋아하지만 현실 문제도 함께 고민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잘 맞는다.
줄거리
이야기는 한 학생이 위험한 사건을 겪은 뒤, 학교 안에 퍼지는 소문과 의심 속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사건의 중심인물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고, 그 관계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우정처럼 보이지만 오래전부터 미묘한 균열을 안고 있었다. 같은 반에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쌓여 온 감정들이 있었다. 주인공은 사건이 벌어진 이후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아이’가 정말 어떤 사람이었는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곧 주변의 시선과 맞물려, 주인공을 의심과 불안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작품은 사건의 진실을 단번에 보여 주지 않고, 주인공의 기억과 주변 인물들의 말, 학교의 분위기를 차례로 쌓아 올리며 독자를 끌고 간다. 주인공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되짚어 보면서, 어떤 장면은 선명하게 떠오르지만 어떤 장면은 애매하게 비어 있음을 느낀다. 친하다고 믿었던 관계에서 불편했던 순간들, 사소해 보였던 말과 표정, 그때는 넘겼지만 지금은 의미심장하게 보이는 사건들이 조금씩 연결된다. 동시에 반 친구들, 교사, 보호자 등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으로 사건을 해석한다. 누군가는 “원래 그런 애”라고 단정하고, 누군가는 “그럴 리 없다”라고 감싸며, 누군가는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소문을 퍼뜨린다. 진실을 찾는 과정은 곧 ‘누가 누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로 확장된다.
주인공이 가장 크게 맞닥뜨리는 갈등은 감정과 사실 사이의 간격이다. 미움과 분노는 확실한데, 그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상대의 행동을 입증하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누군가를 의심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사실은 더 흐려질 수도 있다. 이야기는 이 모순을 이용해 독자의 판단을 여러 번 흔든다. 주인공은 자신이 믿어 온 기억을 의심하기도 하고, 자신이 미워해 온 감정이 과연 정당한지 되묻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사건의 결말만이 아니라, 관계가 파탄 나는 방식과 학교라는 공동체가 한 사람을 ‘가해자’ 혹은 ‘희생자’로 만들어 버리는 속도이다. 작품은 결말의 재미를 위해 모든 것을 과도하게 설명하기보다, 끝까지 남는 질문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된다.
시사점
『죽이고 싶은 아이』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진실은 하나지만, 사람들이 믿는 이야기는 여러 개”라는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객관적 사실보다 관계의 친소, 인기, 이미지가 먼저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착한 아이’로 불리면 같은 행동도 다르게 해석되고, ‘문제아’로 낙인찍히면 사소한 실수도 범죄처럼 부풀려진다. 청소년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소문과 여론이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사건을 왜곡하고 2차 피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SNS나 단체 채팅방처럼 말이 빠르게 복제되는 환경에서는, “누가 먼저 말했는가”보다 “누가 더 많이 믿는가”가 현실을 바꾸는 듯 보이기도 한다.
또한 작품은 미움이라는 감정이 반드시 나쁜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상처를 받으면 누구나 상대를 미워할 수 있고, 그 미움이 해결되지 않으면 폭력적인 상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사실을 덮어버리지 않도록 분리해 다루는 태도다. 이 작품은 “내가 느끼는 불쾌감”과 “증명 가능한 사실”을 구분하는 연습, 그리고 공동체가 누군가를 단정하기 전에 어떤 절차와 언어가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학교폭력 예방 교육처럼 단순한 구호를 반복하기보다, 청소년이 실제로 겪는 복잡한 감정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평
이꽃님의 서사는 속도감과 긴장감이 강점이다. 사건을 중심으로 한 미스터리적 구성이 독자의 몰입을 끌어내고,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가며 퍼즐을 맞추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문장은 군더더기가 적고 장면 전환이 명확해, 청소년 독자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나쁜 사람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가 진실을 가리는 과정’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독자는 어느 순간 특정 인물을 쉽게 단정하고 싶어지지만, 서사는 그 단정을 계속 흔들며 “왜 그렇게 믿었지?”라는 질문을 남긴다. 청소년문학으로서의 강점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읽는 재미와 현실 문제의 무게를 동시에 잡는다.
다만 약한 한계로는, 사건 중심의 전개가 빠르다 보니 일부 독자에게는 인물의 배경이 충분히 확장되지 않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또 갈등의 핵심이 ‘시선’과 ‘소문’에 집중되어 있어, 학교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상담·중재·보호 절차 등)가 더 깊게 다뤄지길 바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작품이 현실 보고서가 아니라 소설이라는 점에서 감수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이 소설은 독자에게 토론의 여지를 남겨, 읽은 뒤 더 많은 질문을 꺼내게 만든다는 점에서 교육적 활용도가 높다.
마무리
『죽이고 싶은 아이』는 한 사건을 둘러싼 의심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따라가며, 학교에서 ‘진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제목이 강렬해 자극적인 이야기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관계의 균열과 여론의 폭력, 그리고 판단의 위험을 차분히 드러내는 현실형 청소년소설에 가깝다. 친구 관계에서 생긴 상처가 어떻게 미움으로 변하는지, 그리고 그 미움이 사실을 흐리게 만들 때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학생 추천 책, 고등학생 추천 도서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독후감에서는 사건의 결말보다 ‘인물의 시선이 바뀌는 지점’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작품의 메시지가 더 분명해진다.
이 책을 읽고 관계와 폭력, 소문의 구조를 더 확장해 보고 싶다면, 교실 관계의 미묘한 권력과 자존감의 흔들림을 다룬 황영미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가 좋은 연결 독서가 된다. 또 가족과 사회의 돌봄 구조 속에서 관계의 책임을 묻는 이희영의 『페인트』는 ‘가해·피해’의 단순 구분을 넘어 관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빠르게 읽히지만 오래 남는 질문이 많은 작품이어서, 토론 주제로도, 수행평가 글감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결국 이 소설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누군가를 단정하기 전에, 그리고 미움이 사실을 삼키기 전에, 우리가 어떤 언어와 절차로 서로를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